공기업 정원축소 ‘후폭풍’ 부나
인력감축으로 신규사업 발목 잡혀…증원요청에도 기재부 ‘묵묵부답’

김미영 기자

지난 4월 이명박 대통령 주재 공기업 선진화 워크숍을 앞두고 이사회에서 정원감축안을 서둘러 확정한 공기업들이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 정책과 예산 조기집행 지침으로 신규사업이 물밀 듯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운영할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철도·가스·발전 등 대부분 기간산업이어서 부실사업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철도공사, 신규업무 18.8%↑ 인력은 16%↓

철도공사는 다음달 1일 경의선 복선 전철인 성산~문산 구간 개통을 앞두고 있다. 40킬로미터의 철로가 연장된다. 필요인력은 역무원 108명을 비롯해 331명이다. 공사가 기획재정부에 인력충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개통을 코앞에 둔 지금까지 기재부는 묵묵부답이다.

뿐만 아니다. 올해 신규로 내륙화물기지 인입철도(7명)·덕소~용문 구간 복선 전철(80명)이 개통될 예정이지만 신규인력은 없다. 차량 분야에도 비상이 걸렸다. 신규사업인 KTX Ⅰ중수선 및 차량도입 대체에 191명이, KTX Ⅱ 신규도입에 16명이 각각 필요하지만 역시 신규인력이 없다.

경의선 복선 전철을 비롯해 2012년까지 637킬로미터의 철도가 새로 만들어진다. 여기에 필요인력만 2천615명(철도공사 추산)이다. 그러나 공사는 4월23일 이사회를 열어 5천115명에 대한 정원감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공사는 “자연감원분 2천여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력은 신규사업에 배치하기 때문에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기재부가 지금처럼 인력충원 요청에 뒷짐만 지고 있을 경우 신규사업 차질은 물론 대규모 고용불안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2012년까지 신규업무가 18.8% 늘어나지만 인력은 오히려 16% 감축됐다”며 “당장 경의선 복선 전철 사업 등에서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스공사, 신규채용 없이 사상최대 배관공사

한국가스공사는 다음달부터 17개 천연가스(LNG) 미공급지역에서 배관건설 공사에 착공한다. 총 1조3천90억원이 투여되는 사상 최대 규모다.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 정책에 따라 당초 계획보다 3년이 앞당겨졌다. 보통 1년가량 필요한 설계·준비기간도 정부의 예산 조기집행 지침으로 절반(6개월)이 단축됐따.

문제는 아직까지 인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공사는 정부의 4차 공기업 선진화방안에 따라 정원 2천848명의 10.7%인 305명을 감축했다. 이번 천연가스 미공급지역 배관건설 공사에 필요한 인력은 170여명. 당장 다음달부터 공사를 시작해야 하지만 현장감독을 비롯해 공사를 주관할 인력은 아직 미정이다. 강원 삼척가스저장기지 건설(30명)과 러시아·나이지리아·이라크 등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90명 등 올해만 290여명의 인력충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공기업 선진화방안을 통해 정원감축 이후 △법 개정으로 새로 부여된 기능 △해외수출 및 자원개발 △필수시설 준공에 따른 운영인력 등 증원이 불가피한 경우 기관별로 심사해 별도로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국공공서비스노조 가스공사지부에 따르면 인력난이 심각해지자 공사측은 청년인턴을 현장감독으로 내보내는 방안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반발과 안전 문제를 이유로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다. 지부는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미공급지역에 가스배관망 건설사업을 조기에 추진하라고 압박하면서도 인력충원은 하지 말라고 한다”며 “모든 공기업에 획일적 잣대로 구조조정을 추진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지부는 “가스배관망 공사는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건설공사를 수행할 인력이 없으면 즉각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5개 발전회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발전회사들은 전체 정원 대비 평균 11%인 1천570명의 정원을 줄였다. '녹색성장' 바람을 타고 신재생에너지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원확보를 못하고 있다. 다음달 운전에 들어가는 영월복합화력발전소도 인력이 확보되지 않아 정상가동이 힘든 상황이다.